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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하는 아침이 좋았다. 자신의 사존께서는 아침에 약하셔서 이른 낮에 일어나 사존을 깨우러 갈 때면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항상 단정하고 정갈하게 옷을 입고, 품위 있는 사존은 아침- 그것도 자신에게만 풀어진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빙하는 좋았다.

 

 언제는 사존의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아 옆에서 조용히 그의 숨소리와 심장박동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늑한 잠자리에 본디 기상 시간에서 조금 늦어서야 정오의 태양 빛에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깨시던 모습은,.... 아무리 불러도 차갑게 식어 깨지 않던 그의 모습과 겹쳐 보여 너무나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상념을 하던 빙하는 천천히 죽사의 안쪽으로 가서 조심스레 사존의 곁에 안착했다.

 

 가만히 곁에서 심장의 두근거리는 소리를 듣다가도 자신의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느껴지게 되어 그의 심장이 뛰는지를 확인해야 한단 사명감인지
명분인지로 콧등이 닿을 만큼의 거리로 얼굴을 맞대었다. 멀리서 보아도 낙빙하의 뛰어난 동체 시력으로 그의 사존의 얼굴은 솜털 하나까지
다 볼 수 있었으나 낙빙하는 자신의 시야에 온전히 심청추 만을 담는 것을 좋아했다.

 

 콧등을 맞대서 조심스레 비비다가도 볼을 맞대어 그의 온기를 느끼다 심청추의 작은 움직임에 집중하다 작은 고갯짓에 파드득 물러가는
낙빙하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으나 그의 수하가 보았다면 심히 괴이롭게 느껴질 만 했다.

 

 다물려 있는 청추의 입술에 도둑키스를 하는 빙하의 얼굴은 오로지 한 명을 항햔 애정으로 넘실거려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계와 인계를 통틀어,
세상에서 그의 사존만이 볼 수 있는 표정이었다. 

 

 아침밥이 다 식기 전에 그의 사존을 깨워야 했으나 낙빙하는 오로지 그와 자신만의 이 시간을 더 만끽하고 싶어 했다.

 

 심청추를 향한 욕망인지 무언가를 향한 갈증을 눌러 담은 빙하는 조심스레 심청추의 귓가에 그를 향한 애정을 담아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사존, 벌써 오후입니다."

 

 조심스러운 낙빙하에 부름에 심청추는 미약하게 움직이긴 했으나 깨어나는 기미는 없었다. 빙하는 그 후 몇 번 더 심청추의 곁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으나 심청추는 깨어날 기색이 없었다.  뒤척이는 사존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낙빙하는 낮게 웃으며 조심히 얼굴을 맞대어 심청추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 쵹-하고 핥았다.

 

 "지금 일어나시지 않으면-, 사존께서도 허락하신 거로 알겠습니다."

 

 아무 반응이 없어도 극을 하듯 방긋 웃으며 낭랑하게 낙빙하는 말했다.

 

 "사존께서는 제게 식사는 중요하다고 하셨으니- 가르침대로 행하는 게 제자의 도리겠지요."

 

 낙빙하는 맞대었던 입술을 다시 겹쳐서 작디작은 그의 입에 혀를 넣어 조심스럽게 입안을 침범했다. 익숙하다는 듯 자그맣게 입술을 벌려주는
자신의 사존은 너무도 귀여워하며 잠자던 이를 건드는 파렴치함을 선보였다. 

 

 

***

 

 

 낙빙하는 상념했다.

 

 전번에 낙빙하가 심청추의 잠을 깨우지 않고 지켜만 봤을 때, 오후를 넘어 저녁에서야 일어난 심청추가 놀라 했다. 청정봉 죽사만을 오가며 거진
침대에서만 생활하던 심청추는 드디어 낮과 밤이 뒤바뀐 것이었다. 자신의 생활패턴에 상심해 하던 심청추는 낙빙하에게 말했다. 앞으로 제때 그를 깨워달라고.

 

 물론 낙빙하는 심청추의 자는 모습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였으니, 낮에 깨어서 활동하는 사존의 밝은 모습은 너무도 좋았으나
다른 이들도 필시 볼 것 아닌가. 자신만의 사존이었다. 누가 뭐래도 낙빙하의.

 

 낙빙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심청추에게 꾸며낸 듯이 표정을 지었다.

 

 '사존의 이름을 담아 불러도 깨지 않으셨습니다. 제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축 처져서 끼잉-거리는 듯이 말하는 낙빙하는 머리에 강아지 귀가 달린 것 같았다. 그것도 꾸중을 들어 상심한,
아주 귀여운-심청추의 콩깍지이다.-강아지. 심청추는 부채를 펴 얼굴을 부치며 흠흠 하고 입술을 떼었다.

 

”빙하, 네 목소리에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소 몸을 흔든다거나 하는 행위를 해서 깨우는 방법도 있단다.“

”제가 사존의 몸에 어떻게 손을 대겠습니까.“

 

평소에 마음껏 사리사욕을 위해 만져댔으면서 그런 일 한치 없단 낯으로 낙빙하는 뻔뻔스레 말했다. 낙빙하는 이리해서 다소 강압적이더라도
심청추를 깨우기로 심청추와 약속했다. 당시 낙빙하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으나 금방 환하게 웃음에 심청추는 조금 찜찜해졌으나,
다음 날 아침 그가 그의 입술을 탐해 깨어남에 웃음의 의미를 파악했으나….. 잠에서 일어나기엔 좋은 방법이라 되뇌며 마지못해
허락을 받았던 것이었다.

 

 

***

 

 

 다시금 낙빙하는 심청추의 입안을 천천히 휘젓기 시작했다. 낙빙하는 먼저 조심스럽게 심청추의 치열을 훑었다. 잠을 깨우기 위해서라면서 아주
모순적이게도 깨지 않길 원하는 모양새였다. 입으로 색색거리며 곤히 자던 그는 입이 막혀 불편하다는 듯 웅얼거렸다. 그조차도 기쁘다는 듯이
낙빙하는 천천히 조심스레 혀를 섞던 것을 점점 빠르게 숨결을 나누기 시작했다.

 

 낙빙하가 게걸스럽게 심청추의 숨결을 앗아갔고 입안에 위치한 성감을 건들기 시작했다. 목 뒤를 받쳐서 찍어 내리듯 하는 키스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이 심청추의 입가에서 흘러내렸다.

 

 낙빙하는 잠시 입을 떼곤 다시금 심청추에게 속삭였다.

 

 "사존의 존안이 단정치 않습니다. 제자의 탓이니 얼른 일어나 제자를 책벌해주시길,.."

 

 그의 벌마저도 사랑스럽다고 말하며 타액이 흐른 부분을 낙빙하는 한쪽 손으로 문질렀다.

 낙빙하는 흐르던 타액을 거슬러 올라가며 손으로 훔쳐내어 심청추의 입안으로 손을 넣었다.

 

 손가락 두어 개였지만 심청추의 작은 입은 불편하다는 듯 우물거렸고 낙빙하는 입으로 휘젓듯 심청추의 혀를 문질렀다.

 

 혀를 잡혀서 생리적으로 타액을 삼키지 못하게 된 청추의 입가엔 어느새 다시금 타액이 흘렀고 불편한 자세에 심청추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마치 나비의 날아오름처럼 열렸다.

 

 몇 차례의 키스와 낙빙하의 손 장난질-로 인해서인지 심청추의 얼굴은 붉었고 생리적으로 고인 눈물로 눈이 반짝거렸다.

 

 낙빙하는 그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깨어나셨군요, 사존"

  

환히 웃으며, 그가 깨어남에 기쁘다는 듯 미모를 흩뿌리며 웃는 낙빙하는 방금 막 일어난, 아침을 맞이한 심청추에게는 극히 자극적이였다.

  

비현실적인 낙빙하의 얼굴과 갓 일어난 잠기운으로 몽롱한 눈빛을 유지하는 심청추에 낙빙하는 미모를 살려 말했다.

 

 "사존께서 금방 깨어나지 않아, 이 제자는 슬펐답니다..."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아 차갑게 식어가는 사존이 떠올랐노라고 슬피 울며 말하는 낙빙하에 심청추는 퍼뜩 말했다.

 

 “빙하야, 네가 그리 힘든다면 잠을 깨우는 일은 다른 아이에게 맡김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숭을 부렸다가 본전도 못 찾을 뻔한 낙빙하가 표정을 바꿨다. 낙빙하의 눈가가 빨갛게 변하곤 금방 눈물이 나올 듯이
올망졸망한 눈빛으로 심청추를 바라보았다. 심청추는 그 눈빛 공격에 흠칫 떨더니 떨떠름하게 말했다.

 

 “따로 할 말이라도 있느냐?”

 “사존의 아침을 알리는 일은 제 일이니 다른 자들에게 주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매일 아침, 접문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전에 빙하 네가 말해주지 않았느냐. 서역에서는 아침 인사를 접문으로 한다지? 너는 그저 나를 깨우기 위해 접문을 한 것이니 그것 또한
아침 인사의 일환으로 보마.”

 

 낙빙하가 환하게 웃었다.

 

 

 “사존, 이제 조반을 들 시간이에요. 밥을 지어두었답니다.”

 

 “그래 빙하야. 네가 항상 수고가 많다.”

 

 “다 사존의 가르침 덕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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